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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 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님 - 상대적 복종

     ※ 내가 좋아하는 복종은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 능동적인 것임

        따라서 이는 사랑을 위한 희생과 헌신으로서의 의미를 지님

        복종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길, 절개의 길, 참자유의 삶을 살아가는 길임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남들이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를 모조건 무사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님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하고 싶어 하는 복종은 막연한 자유보다 오히려 더 큰 행복감을 느낌

                                     └여기서 '아름다운'은 부정적인 의미

                                           ↓

                                       결국은 자유의 범주에 속함

▶당신에게 복종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그것만을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외국, 다른 종교, 임이 아닌 존재

      ※ ⓐ를 조국, ⓑ가 일제를 상징한다고 보면 이 시는 조국에 대한 헌신적 사랑과 일제에 대한 저항 의지의 표현.

         그렇게 보면 일제가 가져다 준 자유 아닌 자유(퇴폐적 자유)에 민족 의식을 상실해 가고 있는 당시의 현실을 비판 한 작품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당신에게 복종하고 싶은 이유

 

- <님의 침묵>. (1926)

 

 

[감상의 초점]

한용운의 시는 진리에 대한 열렬한 구도심(求道心)과 조국애의 사랑이라는 두 가지 지향을 보이고 있다. 이 시는 사랑의 원리와 자유에 대한 투시(透視)가 담겨 있는 작품으로, 이별이 더 큰 만남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듯이, 자발적인 복종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역설적 의미가 시의 주제이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 당신에게 복종하는 것이 왜 나의 행복이라고 하는가를 파악하고, 아울러 당신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복종할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를 역사적 상황과 관련지어 살펴보도록 하자.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운율 : 내재율

   성격 : 명상적, 산문적

   어조 : 연가풍의 여성적 어조

   특징 : ① 불교적 명상을 바탕으로 한 낭만적 시풍

          ② 여성 편향적 연가풍

   구성 : 1연 -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이 나의 행복

          2연 - 당신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복종할 수 없음

   제재 : 복종(= 자유 = 당신)

   주제 : 절대자에의 복종의 기쁨

 

 

[감상의 길잡이]

만해 한용운의 삶을 일관하던 좌우명이 표출된 시이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 논리에 영합하여 누릴 수도 있는 '이름 좋은 자유' 보다는 님(조국)이 내게 준 '지상 명령 (진리에의 정진, 민족의 해방)'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길을 선택한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서, 이같은 본성은 남이 꺽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심을 억제하려 하여도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 독립 이유서)

 

나는 임의 그림자요, 임의 일부분이며, 임은 내 존재의 근원이기 때문에, 임에게 속박되는 것은 기쁨이며 행복이다. 허울 좋은 자유를 앞세워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는 것은 민족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임에게의 복종은 거짓된 현실 속에서 자기를 회복하고 보다 진정한 자유를 실현함을 의미한다.

 

"인간 생활의 목적은 참된 자유에 있는 것으로서, 자유가 없는 생활에 무슨 취미가 있겠으며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아까워할 것이 없으니, 곧 생명을 바쳐도 좋을 것이다." (조선 독립 이유서)

 

이 시에 표현된 '자유'는 만해가 감옥에서 쓴 <조선 독립 이유서>에서 밝힌 '참된 자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참된 자유'는 식민주의자들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며, 그것을 통해서만 인간 생활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일시적으로 현실과 타혐하여 얻어낸 '이름 좋은 자유'는 자기를 속이고 민족의 미래를,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 해방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만해는 '이름 좋은 자유'를 거부하고 '참다운 자유'를 얻기 위해 복종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 즉 '지각 없는 사람들은 민족을 등지고 현실에 순응함으로써 얻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더 큰 자유(참된 자유)를 얻기 위해 조국의 소명에 복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유의 좋은 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이름 좋은 자유'는 내가 바라는 진정한 자유가 아닌 까닭에 복종의 길을 택하겠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생각할 때 복종하고 싶은 대상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뿌듯한 행복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2연은 '참된 자유'를 향해 가는 길(복종)에서 마주체게 될 위협을 전제한다. 내가 복종하고 싶은 대상은 오직 당신뿐이지 그 이외의 어떤 것도 내게 복종을 강요하거나 '당신'을 빼앗아 갈 수는 없다. 다른 대상에게 복종하려면 먼저 당신에게 대한 배신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의 핵심은 일상의 어법이나 관념과는 전혀 상반된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라는 첫 행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있다. 그것은 화자가 '복종'하고자 하는 대상인 '당신'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이 시에서 '당신'은 곧 한용운 시가 보여 주는 열렬한 구도와 절대적 사랑의 대상, 즉 '님'이다. 이렇게 보면 이 시에서의 '복종'은 곧 절대적 진리 또는 종교적 절대자(신)에 대한 복종인 동시에 조국에 대한 복종이며, 그러한 복종은 곧 진정한 의미의 사랑과 자유라는 역설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 시에서의 '복종'은 타율적인 강요에 의한 굴종(屈從)이나 속박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복종이다. 그것은 사랑을 위한 희생이며, 헌신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서의 복종은 막연한 자유보다 오히려 더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님의 침묵]에서 이별이 더 크고 빛나는 만남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듯이, 이 시에서 자발적인 복종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인 것이다. 때문에 그것은 어떠한 것보다 '아름다운' 자유를 얻기 위한 실천이라는 역설적 깨달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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